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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 은혜의 공동체, 수영로 사모회
 ‘내가 본 사모회’에 대한 글을 부탁 받았습니다. 이런, 부담스런 부탁을! 수영로교회 여느 목회자처럼 여러 가지 사역의 분주함 속에 미루고 늑장 부리다 임박해서 글감을 생각하니 막막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할까, 무엇을 나눌까 고민합니다. 그래서 수영로교회 부임하던 해부터 이제까지 아내가 사모회에 참석하는 모습과 또 곁에서 듣고 보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 글을 씁니다. 사람은 만나야 할 세 가지 중요한 만남이 있습니다. 첫째는 좋은 친구요, 둘째는 좋은 스승이요, 셋째는 참 좋으신 하나님입니다. 수영로교회 교역자로서 감사한 것이 있다면 아내가 좋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입니다. 서로 모습은 다르고, 은사가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한 공동체에 기쁨으로 때로는 부담감으로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좋았습니다. 우리말에 ‘두레’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레’란 ‘함께’라는 뜻입니다. 예전에 시골에 가면 동네 공동 우물터에는 항상 두레박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와서 필요한 만큼 물을 길어 갈 수 있도록 누군가 준비를 해놓은 것입니다. 두레라는 공동체 정신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함께 협력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낮추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얼핏 보면 자기가 손해를 보고 못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혼자서 독주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줄을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모습은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서로 사랑하고 하나 되라는 주님의 뜻을 이루는 거룩한 자태라 여겨집니다. 힘든 삽질도 같이 하면 즐거워지듯이 사모회는 커피브레이크, 목요모임, 중보기도모임, 마을모임 등 의미 있는 많은 일들을 서로 짐을 나눠지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여럿이 넓게 파면 함께 깊이 파내려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아내는 그랬습니다. 모임에 나가기 전에 늘 준비했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참 많은 것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늘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인데 저렇게 기쁨으로 준비하고 자원해서 던지는 삶이 그냥 좋았습니다. 아마 사모회의 모든 사모님들도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한옥을 보면 큰 지붕을 밑에 있는 서까래가 받치고 있습니다. 서까래를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작은 나무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까래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힘을 지탱할 수가 없는데, 독불장군 없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가꾸기 위해 서로가 맡은 자리에서 든든히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아무리 힘이 세고 강한 다리를 가진 말이라 할지라도 주인을 잘 만나서 좋은 훈련을 받아야만 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여자 피겨 선수가 된 김연아 선수도 훌륭한 오서 코치를 만났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모두 인정할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지금은 아름답게 보이고 화려하게 보여도 그 사람의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면 아픔과 시련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슬픈 과거를 아름다운 현재로 바꾸기 위해서는 때로는 남모르는 피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고, 견디기 힘든 인내와 과감한 도전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우리 사모회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가 함께 오늘을 감사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화요일 즈음 되면 우리 집은 긴장감이 감돕니다. 수요일 저녁 즈음 되면 우리 집은 무슨 대입 수험생을 둔 집안을 방불케 합니다. 목요일 사모회에서 나눌 커피브레이크 성경공부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모든 사모님들이 이런 마음이 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 또한 말씀의 능력이 탁월한 여종들이 되기 위한 좋은 훈련과정이라 봅니다. 소리꾼이 소리를 잘 하려면 좋은 고수를 만나야 하듯이 목회를 잘 하려면 목회의 고수를 만나야 합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목회의 큰 고수가 우리 수영로교회에 계시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수영로 사모회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밝게 할 믿음의 영적 거장들이 많이 배출될 모판이라 믿습니다. 요즘 아내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추억하고 반성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조각해 가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물론 사모회에서 진행 중인 과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쇳물이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녹지 않고는 명검이 될 수 없듯이, 아내도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게 되고, 뼈를 깎는 아픔을 경험해 보아야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고 마음을 조각하고 깎아내고 다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연약함을 선생님과 공동체에 드러내며 자신을 해부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을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완성된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던 다듬잇돌도 처음에는 야산에 버려져 있던 돌덩어리에 불과했습니다. 그 돌을 가져다 석공이 오랜 시간 갈고 닦아 모양을 만들고 윤을 내어 드디어 반들반들한 다듬잇돌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모회는 신앙의 선배요 영적 어머니요 목회의 고수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만남의 장입니다. 세 번째 중요한 만남은 좋으신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사모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동안 우리 내면의 깊은 곳에서부터 다스리시고 운행하시고 우리를 지도하시고 도전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실 목회자보다 더 외롭고 힘겨운 것은 사모라 여겨집니다. 가정을 세우고 자녀를 양육하며 거기에 남편까지 내조하는 일이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정작 필요할 때 누군가 도와주면 좋으련만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사모의 짐으로 돌아옵니다. 어떨 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처음에 사모회에 참여하는 아내를 보면서 힘쓰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성경공부 하는 아내를 조금씩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귀찮은 건지는 몰라도 홀로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는 시간이 부쩍 더 늘었습니다. 계란 속의 병아리가 혼자 힘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계란을 밖에서 사람이 깨면 그건 계란부침이 되고 맙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기 스스로 극복하려는 모습 속에 하나님께서 만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빠진 그 시간에 하나님은 그 자리에 아내와 말씀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모라는 자리는 예수님께서 부탁하신 자기 십자가입니다. 그 짐이 무겁고 힘이 들지만 그 멍에를 주님께서 함께 지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무거운 짐을 걸머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무 짐도 지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돛단배 같은 작은 배도 배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배 밑바닥에 무거운 납덩어리를 싣고 다닙니다. 뿐만 아니라 등에 짐을 지고 있어야 비바람 폭풍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걸어 갈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오이가 잔뜩 담긴 장독 안에 커다란 돌을 올려놓으셨는데, 그렇게 해야 오이지가 잘 익고 맛있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무거운 팽이가 오래 돕니다. 그곳에 하나님은 함께 하십니다. 끝으로, 내가 본 사모회는 섬김이 가득한 공동체이며 그 모든 것은 좋으신 하나님께서 마지막 날에 갚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래전부터 다리는 사람들이 발을 적시지 않고 물을 건너 갈 수 있게 해주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인 동시에 삶의 터전을 넓히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다리가 생기면 다른 동네 사람들도 이 다리를 건너다니면서 정을 나눌 수 있게 되고, 물건과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다리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해주지만, 막상 자기 자신은 일 년 내내 발을 물에 담그고 있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를 밟고 다니는 것을 견뎌내야 합니다. 이 땅에서 사모라는 이름으로 헌신하는 그 자리에 주님께서 오시는 그날 영광스러운 면류관을 씌워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내가 본 사모회는 좋은 친구들, 좋은 스승, 좋으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가득한 은혜의 공동체입니다. 그곳에 제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사랑합니다. God bless! (이주영 사모의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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