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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나는 이런 사모회가 좋다
우리 집에는 사는 사람이 많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도 될 정도의 미모와 키를 겸비한 아내,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반항도 곧 잘 하는 딸 여진이, 시험 점수가 60점, 70점이 있어도 100점짜리 하나 있으면 시험을 제일 잘 본 것처럼 말하는 4학년 성진이, 누나․형아는 감히 상대도 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 막내 4살배기 영진이,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정근 목사 이렇게 5명이 살고 있다. 아내는 호수와 같은 존재이다. 돌을 던지면 잠시 출렁이다가 이내 사라진다. 다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넉넉한 마음씀씀이, 게다가 목소리도 포근하다. 이런 아내가 소속해 있는 사모회에 관해서 남편의 입장에서 파악한 몇 가지를 기록해 본다. 핸드폰 벨이 부드럽게 울린다. 전화기 너머 저쪽 목소리가 굉장히 부드럽고 간청하는 투로 봐선 분명히 아내가 부탁할 것이 있는가 보다. “메일 보냈거든요~” “프린트 좀 해 주세요” 매 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이면 사무실로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이다. 아내가 사모님들의 기도제목을 다 모아서 편집한 것을 메일로 보내면서 부탁을 한다. 프린트해서 35부씩 복사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충 안다. 주일에 사모 기도회에 모이는 숫자가 대략 35명 정도라는 것을. 사모님들이 기록해 놓은 개개인의 기도제목을 보면 거의가 다 가정과 교회, 그리고 목사님들의 사역을 위한 것이다. 주일마다 모여서 사모님들이 이 기도제목을 펼쳐 놓고 기도하시나 보다. 어쨌든 사모회는 매 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나로 하여금 복사하게 만든다. “여진아~ 빨리 챙겨” “성진이도 빨리 씻고, 밥 먹을 준비해~” “여보~ 영진이 챙기는 것 좀 도와 줘요, 나 오늘 바빠요~” 목요일 아침이면 우리 집은 괜히 바빠진다. 아내가 사모회에 가는 날이다. 아이들 빨리 등교시키고 아내도 챙겨서 사모회에 가야하기에 바쁜 날이다. 그 날은 특별 반찬을 준비하곤 한다. 사모회에서 점심 식사 시간에 나누어 먹을 거리이다. 덩달아서 나도 바빠진다. 평소에 아내가 하던 일들을 오늘은 내가 도와주어야 제 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회는 목요일 아침에 나를 바쁘게 만든다. “여보! 이것 좀 도와 줘요.” 아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문서 작업을 하고 있다. 커피 브레이크 컨퍼런스 회계를 맡았다고 한다. 끝 마무리를 한다면서 밤새 앉아 있는 것 같다. 여기 저기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아 가면서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다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나보다. 보니까 별로 어렵지 않은 것인데 아내는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안쓰러워 보여서 내가 앉아서 그냥 다 입력도 하고 편집도 했다. 고맙다고 옆에서 “우리 남편 최고”라고 치켜 주며 괜해 어깨를 토닥거리며 안마를 해 준다. 아내는 일을 잘 한다. 특히 행정적인 일은 아무리 많아도 쉽게 처리하곤 했다. 그것도 확실하고 꼼꼼하게. 그런데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자꾸만 작아진다고…. 사모회는 아내로 하여금 내게 안마하게 만든다. 때로 집에 들어가면 낮에 했던 커피브레이크 성경공부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사모회에서 성경공부를 했는데 아직까지 의문되는 것이 있나보다. 성경을 펼쳐놓고 고민하면서 이것 저것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사모회가 고맙다. 아내가 고민하면서 성경을 공부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예뻐 보인다. 사모회는 내 아내로 하여금 공부하게 만든다. 가끔 외부 교회 사모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아내가 한다. 교회의 어려운 상황, 성도와의 갈등과 고민들, 이런 것들을 잘 이겨내면서 목회를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모회에는 타 교회 사모님들도 참석해서 은혜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런 사모회가 좋다. (함미영 사모의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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