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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사모 그 아름다운 이름
 30대 중반에 수영로교회 사모회에 발을 내디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40대 초반을 훌쩍 넘겼고, 또 담임목회지로 나간지도 벌써 2년 가까이 되간다. 처음 수영로사모회에 가게 되었을 때, 모든 게 생소하고 또 기대와 걱정이 뒤섞였지만, 새로운 모험에 대해서 열려있는 나는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 처음 목요아침에 사모회가 열리는 유아부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분주한 사모님들의 모습이 들어왔고 연이어 온몸을 흔들며 (?) 찬양하는 사모님들의 모습이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일찍 신학을 공부하고 또 오랫동안 교육전도사로 사역해왔던 나는 아직도 전도사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하기만 하지 사모라는 이름은 어색하기만 한 시점이었다. 즉 사모에 대한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던 셈이다. 그로부터 6년 반의 시간을 수영로사모회에서 보낸 시간은 사모에 대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시기였고, 또 다양하게 사모로서의 자질들을 훈련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들을 배우지만, 정작 삶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전무한 상태로 맞닥뜨리며 시행착오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즉 결혼생활에서의 아내나 남편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등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힘들어하고, 자녀를 키움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가정에 쓴뿌리와 상처를 많이 양산하는 현실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안타까움이 많은데, 이와 마찬가지로 사모라는 중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대부분의 사모님들이 거의 아무런 교육이나 훈련 없이 제대로 된 정체성도 세우지도 못한 체 사역현장에 떨어져 고군분투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 속에서 상처와 고통을 겪는 일들이 왕왕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어 안으로 상처가 곪아터지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그래서 정신병원에 가면 사모들이 제일 많다는 이야기들을 듣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수영로사모회라는 좋은 훈련장에서 값진 훈련들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축복인 것 같다. 관계성과 나만의 은사계발, 리더십, 기도와 말씀을 통한 영성 훈련 등 수영로사모회 만큼 체계적이고 또 다양하게 훈련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지 않겠는가! 그래서 종종 우리끼리 이야기했듯이 수영로사모회는 사모대학원이라는 닉네임을 가져도 충분할 것 같다. 안에 있을 때보다 사역현장에 있을 때 더 가슴 절절히 느끼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훈련이라는 것이 쉽지많은 않았던 것 같다. 종종 우리끼리 사모회의 모든 모임을 쫒아다니다보면 가정과 자녀양육은 포기해야 한다고 성토(?)를 하기도 했지만 엄살을 거두고 좀 더 지혜롭게 한다면 어디에서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축복과 기회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훈련이 빡셀때(ㅋ..나도 부산 아낙이 다 되어간다.) 실전에서는 보다 단련되어 유리해질테니까!) 시간적인 또는 육체적인 고단함도 많이 따랐지만, 가장 큰 훈련이자 어려움은 관계에서 부대끼며 일어나는 것 같고, 또 하나님이 나를 다루시는 내면의 고독한 씨름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담임지에서 사역을 하다보면, 사역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관계를 얼마나 잘하느냐에서 판가름이 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역자가 여러 면으로 잘 준비되어 있어야하겠고 또 사역의 가장 큰 힘은 사역자가 얼마나 하나님과의 관계성에서 깊어지느냐이지만, 이는 인간관계와도 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훈련을 반 열린 공동체를 표방하는 사모회에서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부대끼고 어우러지며 해왔던 것이다. 그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나와 남을 알아가고 이해하려 애쓰며 포용력이 자라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우리가 늘상 이야기해왔던 대로 평생을 함께 가며 서로 돕는 귀한 친구들을 만들어왔다는 것이 큰 기쁨이자 수확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에 사역했던 친구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함께 자주 모이며 서로의 목회와 삶을 나누고 격려하며 귀한 네트웤을 만들어왔다는 것은 수영로교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부대껴왔기에 지금도 가능한 일인 것이다. 또 그러는 와중에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알아가며 치유해가는 작업은 또 다른 면에서 너무나 중요한 작업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치유받은 사역자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앞으로의 사역의 질과 승패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점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내밀한 상처치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사역현장에 맞부닥치면, 자신도 사역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어려움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뿐더러 자신에게 맡겨진 양무리들에게 또 다른 실망과 상처를 남기고 주의 교회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신학교초기부터 내 자신을 알고자 하는 남다른 열망이 있었고 그래서 결혼 이후에도 끊임없이 상담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노력하고 그래서 부족하나마 목회상담을 공부하고 훈련하며 가르칠 수 있는 기회들을 가져왔다. 그러나 가장 큰 훈련이자 치유는 수영로사모회에 있는 시기에 이루어졌다. 어려서부터 비교적 모범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고, 또 주어진 역할들을 잘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나 실패 경험 없이 지내왔다. 교육전도사로서도 가는 곳마다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영로사모회에 있을 때는 관계 안에서도 때때로 많이 어려웠고, 내적으로는 마냥 나만의 빛을 잃은 채 무너져내린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정서적, 육체적으로도 영향을 미쳐최고로 약해져가는 시기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이렇게 나의 약함을 폭로하시며 내가 나의 진정한 모습과 만나도록 나를 이끌고 계셨다. 그러나 상한 갈대를 꺽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그 긍휼에 풍성하신 사랑은 나의 존재적 절망의 시기에 가장 환한 사랑의 언어로 다가오시며 나를 감싸안으시고 일으켜 세워 주시기도 하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주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한 후, 일생 주님 곁을 떠나지 않고 사역의 길로 들어선 나이지만, 그 때 만난 주님은 마치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라고 고백했던 욥의 심정과 같았고 이 때 주님은 내게 다가와 다시 나만의 비전을 말씀해주셨다. 이 시기는 모든 것을 다시 내려놓게 하시는 십자가의 비움의 시기였고 주님의 사랑으로 다시 채우시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신 것이라(갈 2: 20)’는 말씀이 심령 깊숙이 못 박힌 시간이기도 하다. 즉 나의 보잘것없는 욕망과 의가 죽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욕망과 의만이 살아야함을 존재적으로 체험한 시간일 것이다. 물론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이 십자가의 존재적 절망과 죽음의 체험은 우리의 연약함으로 인해서 날마다 새롭게 이루어져야 함을 깨닫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려서부터 사랑해 온 이름이지만 예수 그리스도 그 주님을 생각만 해도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내 안에 깊은 떨림과 설렘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내 안에 주님의 긍휼의 마음을 부어주신 시기이기도 하다. 감사와 찬양을 주님께! 얼마 전 교역자세미나 때 강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 “30-40때는 고난을 통해 우리의 인격을 다듬으시고, 50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우리의 사역의 열매가 풍성하게 하신다”고 했는데, 그러한 중요한 작업을 수영로사모회에 있을 때 해주신 것이 넘 감사하다. (물론 우리의 성숙과 성화는 평생을 걸쳐 이루어지겠지만, 중요한 단계를 한 단계 넘어선 것 같다.) 사모회에서 받은 훈련 중에 또한 가장 귀한 것이 기도의 훈련일 것이다. 게으른 성정을 타고난 나는 꾸준한 기도가 쉽지 않았는데, 사모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라도 기도의 훈련을 받게 되어 있었다. 또한 개인기도도 중요하지만 함께 소그룹으로 중보기도하는 훈련이 얼마나 유익한지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지금 사역지에 와서도 사모회를 만들어 주일마다 두 시간씩 중보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 시간에 8명의 사모님들이 모여 열방과 민족과 교회와 개인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얼마나 그 시간이 귀한지 모른다. 갈수록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넘쳐서 서로 눈물로 중보하며, 또한 때론 겁날 정도로 빨리 응답해주시는 덕에 얼마나 스릴 넘치는지...^^ 얼마 전에도 금미호 석방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는데, 그 주간에 바로 어렵다는 석방이 적격적으로 이루어져 서로 놀라워했다. 우리 사모님들의 고백은 더욱 아름답다. “사모회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사모회에 참석 못하는 목사님들이 불쌍해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주는 이런 모임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사모회에서 기도하는 것은 너무 빨리 응답이 되어서 겁날 지경이에요.” “우리 몇이 모여서 기도해도 하나님이 이렇게 기뻐하시고 응답이 넘치는데, 북구에 있는 사모님들이 다 모인다면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등등. 나는 그저 사모회에서 배운대로만 할 뿐인에도 얼마나 아름다운 모임이 되고 있는지...보고 경험하며 배운 것은 참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생일을 맞은 사모님들은 케익도 자르고, 가운데 놓고 기도제목을 받아 뜨겁게 중보해주고 내가 대표기도로 축복을 해준다. 박사모님께 배운대로. 그리고 얼마 전에는 파송선교사님의 사모님이 오셔서 사모회에 들리셨기에 가운데 모시고 뜨겁게 축복기도를 해주었더니 그날 그 사모님은 깔려진 이불에 눈물을 한바가지를 쏟으셨다. 우리의 마음과 인격을 나누며 기도로 서로 세워주는 소그룹공동체에는 그래서 은혜와 감동이 있고 서로의 성장이 있는 것이다. 또한 리더십과 은사를 훈련받을 수 있었던 점도 큰 자산이 된다. 박신실사모님에게서 그동안 배운 점은 다 열거하기 힘들지만 열린 마음으로 섬기는 리더십과 늘 성장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는 점이 제일 크다고 하겠다. 리더는 모든 면에서 본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항상 배우고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팔로우는 리더이상으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더인 내가 멈추면 그 때부터 쇠태하기 시작하고 그 아래 있는 멤버들은 더 이상 자랄 수가 없는 것이다. 목회를 돕는 사모일지라도 자신만의 은사와 비전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사모이기 이전에 우리는 각기 개성을 가지고 주님이 부르신 제자이므로! 나는 작년 가을부터 교회에서 독서치유학교를 열고 리더들을 모집하여 훈련하고 있다. 상담 책과 더불어 중보기도의 훈련, 큐티 훈련 등을 겸하여 그들이 앞으로 차세대 리더로 훈련받아 쓰임 받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1월에 수영로교회에서 있던 백은실집사님의 리더세미나에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큰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훈련받는 모습에 도전도 받게 되고, 또 함께 엘레브에서 1박하며 MT까지 겸하게 되었다고 할까! 재미있고 뜻있는 시간이었다. 그때 박사모님 아래에서 함께 훈련받던 사모님들이 세계 각지에서 또는 전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쓰임 받는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큰 나무아래서 많은 또 다른 리더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아직은 초년생 사모이지만, 끊임없이 성장하여 또 다른 사람들에게 모델이 되어주는 사모이자 리더이고 싶은 것이다. 1월에 첫 사모수련회를 해운대에서 1박하며 가졌다. 교회 집사님이 가지고 계신 호텔 스위트룸을 빌려주셔서 좋은 환경에서 수련회를 할 수 있었다. 거실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해운대바다가 다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작년에 다른 사역지로 가신 사모님들까지 다 모이셔서 열 명이 귀한 시간을 가졌다. 주일 오후예배를 마치고는 어린 자녀들도 다 맡기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여장을 푼 후 내가 에니어그램으로 세미나를 인도했다.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의 성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후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축복하는 중보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새벽 세시가 다 되어서 모임을 마친 후 뒤풀이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지만, 네 시 경에는 강제 취침을 시켰다. 해돋이를 봐야 한다는 사모님들을 겨우 만류하고(^^) 내일을 위해 잠들게 한 것이다. 다음 날 좀 늦게 일어나 빵으로 가벼운 아침을 한 후 경건회를 했다. 성경 한 장을 읽고 한사람씩 깨달은 말씀을 나누고 기도한 것이다. 그리고는 바로 짐을 챙겨 기장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맛있는 횟집에서 행복한 점심을 먹고, 영화도 한편 관람했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느라 또 훈련의 한 가운데서 때로 지치고 힘들었을 우리 사모님들에게 주님은 이런 아름다운 한 때를 허락하시고 우리를 격려해주고 계셨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 사모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또 다른 다짐을 하고 있었다. ‘이 분들을 잘 섬겨 이들도 나처럼 행복한 사모로 건강하게 사역하게 하고 싶다는’. 덕천제일교회로 부임한 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많은 은혜를 부어주시어 교회가 나날이 아름답게 세워지고, 좋은 소문이 나고, 부흥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짧은 지면에 어찌 그 이야기들을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현장은 어찌보면 전쟁터와 같다. 승리의 개가도 있지만, 피흘리고 부상당하는 많은 영혼들이 있다. 수시로 문제들이 불거지는 곳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은혜로 덮어주시지 않으면... 주님이 대장되셔서 붙들어주시지 않으면, 인간적인 수고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를 일꾼 삼아 주시고, 훈련시키시고, 주님과 함께 이 길을 걷게 하심이 감사하기만 하다. 때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이 사역의 길인 것 같다. 이 행복한 일에 사모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러 주신 주님이 오늘도 가슴 느꺼울 만큼 고마운 것이다. (덕천 제일 교회 김대환 목사의 아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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