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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내가 본 사모회
갑작스런 원고 청탁에 순간 고민도 했지만 지난 한해를 지나오면서 나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오히려 순종의 기회를 주신 것이 굉장히 감사하다. ‘수영로교회 사모회’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보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약 한해 전에 사모회를 그려봤던 것 같다. 그 때 나는 수영로 사모회를 ‘사막한 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 한 방울을 적시기 위해 온 사막 한가운데를 헤매며 돌던 내가 만난 이곳은, 감당할 수도 없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물댄 동산과 같은 곳이었다. 말씀과 은혜가 촉촉이 적셔짐은 물론 오랜 여정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로 사모회를 만나기 전, 물을 찾아 헤매며 신기루를 보고 뛰어가던 모습 아니면 지쳐 쓰러져 모래 위에서 자포자기 하고 있었던 나를 회상해 보았다. 너무도 메말라 있었고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힘없고 한없이 나약하기만 했던 이름 없는 ‘사모’였던 것이다. 사모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 채, 투명인간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아무 일 없듯 지내고 견뎌오기만 했었다. 그게 ‘사모’라고 귀인하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적 영향에 묻혀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때, 기막힌 사건들을 겪으며 무작정 엎드려 시간만 보냈던 때도 있었다. 어디든 숨으려고만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왜 그리도 기도는 안 되는지….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수가성 여인의 힘든 일상의 모습과 닮아 있었던 내가 떠올랐다. 메말라 있었고 사람들의 눈이 띄지 않도록 전전긍긍 행동하는 모습들에서 나와 닮았다. 나를 버려야 할 것들, 투명인간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야 하는 사모라는 자리가 참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한번 생겨버린 상처는 쉽게 낫질 않은 채 덧나기를 반복하며 곪아 버렸고 고무줄의 탄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나에게 이 곳 ‘수영로 사모회’는 드보르작이 경험했던 것 같은 신세계였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해가 바뀌었다. 사모들이 모인 곳에는 고개도 안 돌릴 것이라고 단언했던 나에 대한 기억이 이젠 오히려 머리에서 흐릿하다. 언제 그렇게 말했던가? 수영로 사모회’는 나에게 있어서 사모모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게 해 주었다. 물론 이 소그룹에서도 여러 부대낌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찬양이 있고 말씀을 발견하기 때문에 은혜가 흐르는 곳인데다가 많은 사모님들이 주님의 제자의 삶을 걸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이고 밝다. 특히,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역자들 간에는 더욱 간절하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수영로 사모회’를 통해서 경험하게 되었었다. 나에게 있어 값진 경험이었다. 이곳에서 만나 알게 되고 교제하게 된 사모님들에게서 지나가는 말로 ‘왜 그리도 열심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의식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왜 그런 걸까? 문득 스스로 외로워 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더 열심을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에겐 사모회와 관련된 외적 구심점이 없다. 다만 나의 내적인 맘에만 의존할 뿐이다. 이는 나만이 아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적당히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나는 이를 내 삶의 우선순위로 정해 두고 더 열심을 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나에게 주어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싶다. ’수영로 사모회‘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소속감을 충분히 경험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고 익혀서 나보다 남을 조금이라도 낫게 여기며 가장 궂은 자리에서 섬길 수 있는 「진정한 사모」가 되고 싶다. 이러한 꿈을 갖고 가꿀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수영로 사모회‘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곳은 내가 마음을 먹기만 한다면 그 어느 사모에게든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이른 시간부터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모님들을 뵙게 된다. 찬양을 준비하시는 사모님들과 조장님들의 뜨거운 기도소리가 울려날 때면 가슴저편이 뭉클해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싯딤조 사모님들의 일사 분란함을 대면하게 될 때 전달되는 사랑의 몸짓언어들을 통해 ‘아! 오늘도 잘 왔구나.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라는 고백이 저절로 나온다. 그분들이 건네는 사랑어린 한마디 인사는 나의 감정 상태를 기쁘게 감염시키기에 충분하다. 조모임은 지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되새기게 되는 시간이다. 사모이기 때문에 쉽게 참여가 허락되지 않을 건강한 소그룹을 충분히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 ‘수영로 사모회’이다. 아마도 이곳에서 오늘도 나눠지는 사모님들의 섬김과 사랑이 1년 전 나와 같이 말 못할 사연을 가진 또 한명의 사모님에게 굳어진 무릎을 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오늘도 이곳으로 인도하셔서 지경을 넓혀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대구문화교회 최승호 목사의 아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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