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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고마운 사모회
 결혼 전 짧은 연애를 하면서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아내는 늘 사모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하곤 했다. 당시 아내는 청년부에서 셀리더로 그리고 교회학교의 교사로 사역자 못지않게 인정받던 리더였다. 그런 자신이 목사와 결혼하게 되면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그렇게 살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 온 것이다. “사모가 뒷방에서 기도만 하고 조용히 지내는 건 다 옛말이야. 목사가 교회를 섬기는 것처럼 사모도 같이 뛰고 섬기는 거지. 그리고 우린 선교사로 나갈 거니까, 선교지 나가면 같이 안하면 안 되는 거야.” 주로 이런 말로 아내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했었다. 이렇게 억지 위로(?)를 하면서도 결혼 전 아내에게 한 목사의 아내로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을 차마 말해주지 못 했던 것 같다. 아니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직한 말이겠다. 주변에 성도가 있으면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시고, 시장에서 장보실 때에도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에도 항상 주변을 의식하며 평생을 사신 어머니를 보며 늘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믿어준 건지 속아준 건지 아무튼 아내는 나와 결혼을 했다. 강도사 때 결혼을 하고 목사가 되어서도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결혼 전 양육과 섬김의 기쁨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경험한 아내에게 타지에서 홀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목사의 아내로, 도빈이 엄마로 불리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모라는 이름은 늘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사역을 하면서 아내에게 설명했던 사모가 아닌, 목사의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아내를 보며 늘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었다. 그런데 3년 전, 수영로교회에 부임하면서 아내에게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생기게 되었다. 친구 같고, 언니 같은 사모님들과의 모임이 아내를 새롭게 꽃피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나누고,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생기 있게 만드는지 최근 아내의 모습을 통해 보고 있다. 때론 리더십의 바람이 가정에 불기도 했다. 이번 에는 우리 가정에 인생여정표에 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만큼 사모회의 분위기는 우리 가정의 분위기를 결정하곤 한다. 목회자의 가정이기에 당연하게 여기지만, 놓치고 사는 본질을 아내를 통해 자극받고 새롭게 세워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내가 결혼 전에 말한 사모로서의 역할이 사모회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지지 못한 거짓말쟁이가 될뻔한 목사를 사모회가 살려준 셈이다. 그래서 사모회를 생각하면 늘 고마운 마음이 든다. 홀로 걷는 목회가 아닌 함께 걷는 목회가 사모회에서 자라고 있다.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 모인 곳, 사모회가 더 풍성한 모임이 되길 바라며…. (김유나 사모의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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