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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나의 사랑, 나의 아내 그 이름은 사모!
모태신앙으로서 늘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있었던 저는 '어떤 사람을 아내로 맞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고1 때이니까 상당히 빠른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교회 학생부 시절, 한 자매와 가까워지게 되면 ‘하나님, 이 자매가 하나님이 주신 내 배필입니까? 아니면 저 자매입니까?’ 하면서 수도 없이 기도하며 평생의 반려자가 될 아내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도저도 아니라고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학생부와 청년부를 지나 교육전도사 때입니다. 담임목사님과 담임사모님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사모가 되셨는지 궁금하여 "사모님! 사모님은 왜 사모가 되셨나요? 사모에 대한 사명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목사님을 사랑하다 보니까 사모가 되셨나요?" 이렇게 짓궂은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담임사모님의 대답은 "몰라요. 담임목사님께 물어보세요."였습니다. 그 때 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아! 사모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구나!’ 그 때부터 저는 사모의 자격을 갖춘 자매를 찾기 보다는 제가 사랑하고 저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자매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찾았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의 제 아내인 이명선 사모입니다. 결혼을 한 후 처음 사역한 교회에서 왕사모님(담임목사님의 사모)은 부교역자 사모들에게 사모는 남편 뒷바라지만 잘하면 된다며 남편 밥 잘 챙겨 먹이고, 집에 오면 왕같이 대우해 주고, 집안일은 신경 쓰지 않게 다 처리해서 남편이 주의 일을 하는데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일체 앞에 나서지도 말고 늘 조용히 있고 자녀들 잘 양육하는 것이 목회 성공의 길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4년을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 지냈습니다. 저는 그것이 사모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을 잘 내조하고 자녀를 잘 양육하는 것, 이것이 사모의 전부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수영로교회에 와서 만 4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기간을 사역하면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모에 대한 저의 관점과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사모가 내 목회사역에 50%를 차지하는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모회 모임이 그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모회를 참 좋아합니다. 지면이 적지만 제 눈에 비친 수영로교회 사모회의 특징을 적어 보겠습니다. 첫째, 사모회는 사모들로 하여금 각자의 은사를 개발시켜 줍니다. 2008년 초에 제 아내가 찬양부장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무척 걱정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고작 주일학교에서 찬양을 인도한 경험밖에는 없는데, 영성 있는 사모님들 앞에서 찬양인도를 한다니 잘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찬양 선곡을 한다고 늦은 밤에 찬양집을 뒤적거리며 '무슨 찬양을 하면 좋을까?' 고민할 때면 옆에서 살짝 알려주기도 하고, '어떤 멘트를 하면 좋을까요?' 하고 물어 올 때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내가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말로는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모님들이 자신의 은사를 개발하고 그 은사들을 좇아 사모회의 이곳저곳에서 섬기고 있고, 그 섬김을 통해 사모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사모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작은 달란트까지도 잘 개발시켜주는 곳이 바로 수영로 사모회인 것 같습니다. 둘째, 사모회는 사모들로 하여금 말씀의 풍성함을 경험하게 합니다. 아내가 커피브레이크 성경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새벽에 책상에 앉아서 성경을 묵상하며 질문을 만든다고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특해 보이던지.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는 족히 들어갔을 텐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내가 말씀을 묵상하고 저에게 나누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말씀이 풍성해졌음을 보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깨닫고 저에게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 설교원고를 수정해 주기도 합니다. 서론을 바꾸라고 조언해 주기도 하고, 예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주기도 하고, 앞뒤 전후 문맥이 어색하다고 이야기하며, 원고를 조목조목 분석하면서 말해 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아내를 믿기에 설교 전에 꼭 원고수정을 부탁합니다. 왠지 아내가 원고를 수정해 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설교가 잘 되는 것을 느낍니다. 셋째, 사모회는 사모들로 하여금 리더가 되게 합니다. 예전에는 사모님들이 드러나지 않게 목사님을 내조했다면 요즘은 드러나게 내조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수영로교회를 거쳐간 어떤 사모님은 새가족교육과 제자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목사님은 뭐하냐고 했더니, 그 목사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목사 내 사모가 나보다 가르치는 은사가 더 탁월해! 나보다 훨씬 나." 어째든 수영로교회의 사모회는 뒤에서 기도로만 중보하는 정도의 리더십이 아니라 앞에서 목사님과 함께 목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모습으로 사모님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모회가 너무나도 귀하게 여겨집니다. 4년 동안 이곳에서 훈련받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참 좋은 교회에서 사역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제가 사랑하는 여인, 제 아내를 현숙한 사모로 세워지도록 훈련의 장을 허락해 주신 수영로교회 사모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수영로교회 사모회를 통하여 더 귀하게 쓰임 받는 사모님들이 많이 나오게 되길 기도합니다. 수영로교회 사모회여 영원하라! (이명선 사모의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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