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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 내 아내가 머무는 아름다운 곳
시은이가 다섯 살이 되던 새해 첫날 우리 가족은 가덕기도원을 갔다. 지금이야 예전보다 길도 좋아지고 교통편도 좋아졌지만, 그 시절 근 2시간을 걸어서 기도원에 갔다. 추운 날씨 때문에 무척이나 가기 싫었지만, 아내의 말을 잘 듣는 것이 현명한 남편이기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기도원을 향하는 동안 거친 바람과 바윗길은 쉴 새 없이 우리 가족을 괴롭혔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물도 시은이와 아내가 걷는 길을 방해하진 못했다. 두 사람은 바람소리를 반주삼아 찬양을 부르며 거친 바위와 제멋대로 패인 자갈길을 리듬 삼아 걸어갔다. 등이 시리도록 길을 재촉하듯 부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한 걸음 뒤에서 걸어가던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재미난 동요도 많고, 요즘 유행하는 영어 노래도 많건만, 누가 목회자의 아내와 딸이 아니라 할까봐 찬송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내가 자랑스러웠다. 비록 다섯 살짜리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한글도 모르고, 플래시 카드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시은이었다. 그런 건 몰라도 시은이는 엄마를 통해 하나님을 알고, 예수님을 알고, 하나님께 기도하면 응답주시는 것을 배워가고 있었다.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며, 예수님 이름으로 축복할 줄 아는 시은이로 자라고 있었다. 가장 귀한 것, 신앙을 가르치는 것을 제일로 여겼던 아내와 싫은 내색하지 않으며 힘든 길을 엄마와 함께 걸으며 찬양하는 시은이의 모습이 나에게는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사실 그 아름다움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말이 더 솔직한 고백이다. "주님, 신앙을 가장 먼저 가르치겠습니다. 예수 사랑하심을 항상 가르치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사랑을 보여주겠습니다." 남몰래 흘리는 남자의 눈물을 훔치며, 어느새 나는 아내의 말없는 가르침 앞에서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면서부터 목사의 사모가 되기로 작정된 사람이 있을까? 어떤 이는 그토록 사모가 되고 싶어 발버둥을 치지만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모만은 하고 싶지 않다고 버텼지만 결국 사모가 되기도 한다. 한 청년이 찾아와서 물었다. “사모가 먼저인가요? 아내가 먼저인가요? 또 사모가 먼저인가요? 엄마가 먼저인가요?” 나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아내가 먼저고, 엄마가 먼저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목회자의 아내이기에 사모가 된 것이다. 세상에 혼자 사모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아내의 길, 엄마의 길을 배우고 그 길을 잘 걷는 것이 가장 사모스럽다. 나는 사모님들이 모여서 목회자이기 전에 한 남자의 아내와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성경 말씀 한 절을 가지고 고민하고 묵상하며 나누는 모습, 함께 모여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섬기는 모습, 사모라는 이름 뒤에 꾸욱 눌러놓았던 숨겨진 끼를 발견하고, 발산하는 모습, 그래서 더욱 한 남자의 온전한 아내가 되어 기꺼이 목회자 사모의 길을 아이와 함께 걷는 모습은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우리 사모회가 바로 그런 곳, 내 아내가 그곳에서 머물고 있어 참 기쁘다. (화덕신 사모의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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