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9e9c7d5.jpg
65호 / 4월의 부활이 있는 사모회
 4월은 생명의 달이라고 나는 속삭인다. 반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영국 시인 T.S.엘리옷은 ‘황무지’라는 시를 시작한다. 왜 그는 4월을 잔인하다고 노래하는가? 무엇이 시인을 그렇게 느끼게 했을까? 하지만 시를 계속 읽다보면 그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4월의 잔인함이 아니라, 생명이 움트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4월은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이 있는 달이다. 4월에 태어난 첫째 아들의 생일은 항상 고난주간에 있어 조용히 지나가야 하지만, 부활주일에 있는 축제를 기억하면 아들에게 미안하지가 않다. 어제는 부활주일이었다. 하얀 백합꽃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예쁘게 장식된 계란을 받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삼 일 만에 살아나신 예수님! 우리들의 죄를 씻겨주시고 대속하신 예수님께 감사하는 부활절에 다시 한 번 영원한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능력을 기억한다. 4월에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족을 수영로교회로 인도하셨다. 만 2년 전의 일이다. 4월은 오랜 기간의 육아와 외국생활에 지쳐 시들었던 내 영혼에게 새 생명이 부어진 달이다. 어릴 적부터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다. 유치원 때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초등학교 때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대학교수가 꿈이었다. 원하는 고등학교 합격과 장학금,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에 합격과 장학금, 인간적인 나의 계획대로 승승장구 했고 미국 유학까지 가게 되었다. 꿈은 손에 닿을 듯이 가까이 다가오는 듯했다. 바라는 대로 쉽게 이뤄지니 내 교만이 점점 바벨탑처럼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거기서 멈추게 하셨다. 남편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약함이 자꾸만 드러났다. 나는 똑똑하지도 못했으며 부지런하지도 못했고 시간관리 할 줄도 모르는 아줌마로 변하고 있었다. 늪이었다. 발버둥칠수록 깊이 빠져드는 늪이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접고 나는 자꾸 바보가 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4월에, 예수님의 부활이 있는 4월에,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다시 꿈과 기쁨, 그리고 생명을 허락하셨다. 그것은 만져지는 기쁨이었다. 생명이 돋아나는 보금자리를 허락하시는 기쁨이었다. 바로 그 생명이 수영로 사모회이다. 4월, 샤마지에 ‘내가 본 사모회’에 대한 글을 써야했다. 내가 2년 동안 함께 해온 수영로 사모회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는가? 엘리옷의 시 ‘황무지’는 나를 대신해서 사모회를 잘 표현해 준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수영로 사모회는 얼었던 대지 같은 마음으로 생명을 갖고 있으나 싹 틔우지 못했던 사모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케 하는가? 화채 속에 있는 서로 다른 색깔의 과일 같은 사모님들과 그들의 모임, 그리고 모임의 열매들이 사모님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생명을 주는 사모회가 ‘내가 본 사모회’라면 지금부터는 내가 경험한, 나를 변화시킨 사모회로 이 글을 나누고 싶다. 목요모임 오후에 포커싱 리더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을 찾아 기억해 냈고, 해결되지 못했던 아픔들이 극복되었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분노와 화가 누그러졌고, 그동안의 잘못들의 본질을 들춰내며 회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계획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과거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나를 만들고 내가 민감해 하는 가치들이 그 경험들과 연결된 것이며, 그 경험들이 내 미래를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명선언문을 만들고 5년 뒤의 내 모습을 그리고, 유언장을 작성하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님의 계획하심대로 따르는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결혼하고 내가 집에만 있게 되었을 때 나를 이렇게 만든 아이들과 남편을 원망했었다. 내 꿈이 그들 때문에 망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내 삶을 돌아보니 원인은 바로 나였다.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닌 나의 욕망대로 달려온 나 자신이 문제였다. 또한 하나님은 나를 대학생들이 아닌 사모님과 성도들의 리더가 되길 원하셨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배우는 이들이 많지 않아도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소그룹의 리더로 감사하게 하셨다. 내가 이루지 못한 어릴 적 꿈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가 소그룹 리더로 섬기는 것은 내 선택이요 하나님의 은혜이다. 부족한 나를 커피브레이크 조장으로 섬기게 하시며, 배우는 열린 리더가 되게 하셨다. 커피브레이크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을 재발견하며 은혜를 체험하게 되었다. 또한 수영로 사모회 마을기도모임을 통해 교회와 나라와 세계, 그리고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하며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다. 많은 응답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인 응답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 한국에 올 때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절박하게 해왔다. 다행히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시련이 다가왔다. 에단이네 반은 점심시간 식판의 음식을 남기면 벌로 청소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에단이는 음식을 깨끗이 비우지 못해서 거의 매일 청소를 해야 했다. 하루는 이 내용을 일기장에 쓰면서 에단이가 청소하기 싫다고 울었다. 청소하는 것은 싫고 음식을 다 먹을 수도 없다니 해결방법이 없는 듯했다. 하나님께 매달렸다. 당근보다는 채찍으로 인해 그 어린 영혼의 자존감이 다칠까 봐 밤마다 기도했고 마을기도모임에서도 함께 기도했다. 몇 주 후 울며 점심시간을 두려워했던 에단이는 중보기도의 힘으로 첫 번째 산을 넘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 감사했다. 수영로에서 세 번째 4월을 보냈다. 나에게는 4월이 유별나다. 얼었던 대지를 녹이는 사모회, 새 생명을 주는 사모회, 만개한 라일락꽃의 짙은 향기나는 사모회에 감사한다. 상생하는 사모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모님들과 리더이신 박신실 사모님께 사랑을 전한다. (김성훈 목사의 아내)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