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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참 좋은 곳- 사모회
지금껏 사모회가 없는 교회에서 사역을 했었고 사모회가 있었어도 직장을 다녀 참석을 할 수 없었기에 이곳 수영로교회 사모회에 오기 전까지는 사모회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사역하는 곳에서 하는 사모회 활동을 옆에서 듣는 정도였기에 수영로교회에 부임 확정이 되고 사모회 첫 모임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습니다. 기대감 반 두려움 반이었다고나 할까요. 솔직히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커서 사모회에 참석하기 전 사모회 홈피를 통해 사모회를 혼자서 엿보았답니다. 늦은 밤 모든 가족이 잠들고 홀로 컴퓨터 앞에 사모회 홈피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두려움이 변하여 기대감으로 바뀌고 사모님들이 쓰신 글들을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밀려드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가지고 사모회에 처음 참석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내가 본 사모회는 한 마디로 ‘참 좋은 곳이다’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참 좋은 것 중 하나는 사모회를 통해서 사모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하게 정립된다는 것입니다. 수영로교회에 온지 얼마 안 되어 어떤 사모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수영로교회에 와서 사모로서의 정체성은 확실하게 찾았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여기저기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사모가 되기 전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사모의 자리에 앉았음에도 사모로서의 정체성이 확립이 되지 않아 상황과 형편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질없는 후회도 해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막막함으로 주여, 주여! Why me!를 연발하곤 합니다. 가끔 TV에서 한 대의 자전거인데 한 사람은 앞에서 또 한 사람은 뒤에서 탈 수 있게 된 자전거를 연인 두 사람이 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한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바퀴를 굴리지 못하면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한 사람이 다른 곳을 보고 바퀴를 굴려도 자전거는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 방향을 보고 함께 호흡을 맞춰서 바퀴를 굴릴 때 이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신나게 달려갑니다. 사모가 목사님과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옷깃 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도 시원하고 경쾌하게 받아들이며 쌩쌩 신나게 자전거를 타게 만드는 원동력을 사모회를 통해 얻게 됩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한 것을 주는 공동체입니다. 또, 참 좋은 것 중 하나는 사모회에는 자유함이 있습니다(사모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된 후 받는 보너스 같지요). 사모 자신이 만든 굴레 아닌 굴레, 방어의 벽, 지금까지 내려오는 사모에 대한 고정관념, 억압된 틀에 갇혀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무엇을 하든 어디에 가든 당당함과 자유함이 있습니다. 자유함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여러 모양들, 다양한 색채들은 사모님들 한 분 한 분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 모릅니다. 각기 받은 은사를 가지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서로가 서로를 섬기며 교회와 사모회와 가정을 섬기는 모습은 많은 도전이 됩니다. 사모회와 기도는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주일중보기도회, 마을기도회, 화요심야기도회, 목요모임 등등 사모회의 기도의 자리에 나아오기만 해도 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사모회를 통해 기도의 지경이 얼마나 내 중심적으로 좁았는지를 실감케 됩니다. 또한 서로의 기도제목을 안고 기도할 때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만나며 여호와 이레를 경험케 됩니다. 서로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기도의 깊이와 넓이에 도전을 받게 됩니다. 기도하기를 힘쓰고 기도의 능력이 있는 이 곳, 특히나 모든 사모들이 돌아가면서 기도회를 인도해보는 경험들은 어디 가서도 배우지 못할 귀한 경험이 됩니다. 이곳에서의 기도훈련만 잘 통과하여도 겁날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참 좋은 것 중 또 하나는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끊임없이 도전받게 되는 것입니다. 사모회의 목요모임에서 함께 찬양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성경공부하고 함께 교제하면서 마치 내가 다시 청년부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한 말씀을 붙잡고 그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안고 되돌아오던 그 시절처럼 사모님들과의 나눔을 통해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것들, 삶의 경험들을 통해 나오는 진국을 맛보게 되니 목요모임을 마치고 되돌아오는 발걸음은 양손에 아이들과 무거운 짐들이 있지만 많은 생각과 도전으로 힘이 납니다. 내가 본 사모회 원고를 쓰기 위해 사모회에 대해서 하나하나 적다보니 미처 깨닫지 못했었는데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할 일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좋은 모임을 허락하시고 이 모임을 통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을 만지시고 세우시는 하나님, 이렇게 좋은 곳으로 나 같은 사람을 불러주신 하나님, 그 하나님을 찬양하며 엎드려야겠습니다. (박은제 목사의 아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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