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회를사랑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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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따로 또 같이
화요심야기도회 따로 또 같이 이성숙 선교사 주일을 포함한 평소에는 좀처럼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멋진 전망형(?) 승강기를 타고 화요일 늦은 밤에 어느 사모님이 가르쳐준 대로 5의 숫자를 눌렀다. 잠시 거울에 옷매무새를 비춰보는 사이에 승강기 문이 열려 가벼운 긴장을 느끼며 내렸다. 아니 그런데 어느 사모님도, 기도소리도, 열어볼 문도 거기에는 없었다. 분명히 5층이라고 들었는데… 잠시 주춤하다가 막혀진 벽의 다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5층의 다른 방향으로 올라가 찾은 공간. “빙고!!” 2개의 승강기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안식년을 맞이하여 4년 반 만에 다시 고국에 온 나는 새 성전의 리서치를 이렇게 몸으로 익히며 한 곳 한 곳 "나의 교회"로 정착해갔다. 내가 은혜를 누리고 사랑의 빚을 듬뿍 지고 갔던 수영로교회와 사모회! 선교지에 몇 년 있으면서 오로지 교회 선교국에서 보내주는 주보와 “수영로 편지”, 사모회의 “샤마지”만으로 고국 교회의 소식을 가늠하며 이렇게 저렇게 그려보고 추측하고, 그리고 한없이 부러웠던 예배와 모임들…, 그 중의 한 모임이 궁금했다. “화요심야기도회” 내가 사모회에 있을 때에는 없었고 첫 번째 안식년으로 들어 왔을 때에도 역시 들어보지 못했던 모임이었다. “심야기도” 나이가 어린 사모였을 때에는 “금식”과 더불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부담스러운 단어였다. 물론 지금도 부담감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내 자신의 무능력이 통감되고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위해 밤을 밝힐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내며 늦은 밤의 은밀한 기도는 어느 새 나에게 조금씩 친밀감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궁금함과 기대를 안고 들어간 곳의 아늑한 온돌방에 벌써 네 댓 사모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늦는 사모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깜깜한 밤에 잠시 미아의 기분이 되었던 해프닝을 이야기하니 모두 교회에 처음 오면 신고식 치르듯이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마디씩 덧붙인다. “엥! 그렇다면 좀더 자세히 가르쳐줄 일이지! 선교지의 촌부에게 직접 개척하는 기회를 이 밤에 주시다니…”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각자 하루의 바쁜 일과를 마무리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잠자리까지 서둘러 돌보고 오느라 부산한 손놀림이었으리라 가히 짐작이 되었다. 따뜻한 이부자리의 유혹이 강하였을법한데도 밤바람을 거슬리고 모인 사모님들이 새삼 달리 보였다. 선교지의 절박한 상황도 아닐 터인데 무엇이 저 사모님들을 늦은 밤의 단잠을 마다하는 경건의 훈련으로 이끌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을 수습하다 한 박자 늦어버린 사모님을 기다리다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기고 기도회는 시작했다.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찬양과 말씀묵상, 기도제목 나누기로 이어졌다. 넓게는 우리나라와 교계를 비롯해서 우리 수영로교회와 담임 목사님 내외분, 우리의 남편들을 포함한 교역자들, 각각 사역과 부서들, 선교지와 선교사들, 깊게는 사모회 안에 기도가 필요한 지체들까지 구체적으로 제목을 따라 아뢰었다. 절실하고 다급한 제목에는 모두 다 값진 사랑의 눈물 뿌리기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문제인 양 간절히 무릎을 꿇었다. 은밀한 시간에 만났다는 유대감의 위력일까? 사모님들의 영성의 위력일까? 처음 뵙는 사모님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 방에 감돌고 있는 기도의 저력에 휩싸여 나는 처음 참석한 자리지만 서둘러 나의 마음을 오픈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처음 참석하는 시간부터 나의 나약하고 어려운 마음을 내어 놓으니 서로에게 깊은 기도의 신뢰가 금새 형성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다 마친 후에 섣부른 오픈을 수습하는데 마음이 빼앗기지 않도록 대장 사모님의 배려로 모두 돌아가며 허깅하고 사랑의 띠로 서로를 묶는 마무리를 했다. 끝난 자리가 아름답도록 재빨리 정리한 후에 각각 따로 찾아 올라갔던 곳에서 이번에는 모두 승강기에 다 같이 탑승하고 내려왔다. 우리 사모회가 이렇게 “따로 또 같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연합하고 또 때로는 각각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밤바람의 싸한 공기가 눈물, 콧물 짜고 나서 얼얼해진 얼굴과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일년 열두 달 늘 변함없이 똑같은 날처럼 불을 밝히고 있는, 방주를 닮은 우리 교회 앞에서 일찍 시작한 새 날의 승리를 축복하며 각자의 자리로 총총히 흩어졌다. (선은균 선교사의 아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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